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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하면서 ‥‥‥‥”일견사 허비의 음성이 더한층 얼음장같이 싸늘해지면서 여전히 가벼

운 코웃음 소리를 터뜨렸다.”흐흥! 무슨 말을 전달시키려는 거요?””아가씨더러 급히 돌아가서

아가씨의 부친께 ‥‥‥‥””정기봉이더러 우리 방에 귀순해서 부방주 노릇을 하라고 전달하라

말이겠지?””바로 맞았어요!”홍백 아가씨는 자운 아가씨의 손목을 덥석 움켜잡고 앞으로 잡아당겨

자기 신변 가까이 앉혔다.”우리 방주님께서 특별히 명령을 내리셨거든요. 이 아가씨를 털끝만치라도

시끄럽게 굴지 말라구요. 사실인즉, 이 자운 동생은 저도 여간만 좋아하는 게 아녜요!”자운 아가씨

는 금방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두 볼이 새빨개졌다.입속으로 간신히 중얼댔다.”홍백 언니! 언니는 공연

히 그런 말씀을‥‥‥”일견사 허비가 두 눈을 아래로 깔면서 또 코웃음을 쳤다”흐흥! 홍백은 남보다

몇 살이나 더 먹었다구 언니니, 동생이니 하는 거요?”이 말에 홍백 아가씨도 얼굴이 금시에 새빨개졌

다. 애교가 넘쳐흐르는 눈매로 일견사 허비를 한 번 힐끔 보고, 입을 삐쭉하면서 대꾸했다.”한 살이

라도 더 먹었으면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죠! 참 이상한 말씀을 다 하셔.”자운 아가씨는 홍백 아가

씨와 일견사 사이에 옥신각신 말다툼이라도 벌어질까 겁이 나서 얼른 말을 가로챘다.”언니는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죠?””어떤 사람 하나를 찾으려고‥‥‥”홍백 아가씨는 한바탕 깔깔대며 웃고 나

서야 다음 말을 계속했다.”호호호. 상사의 명령을 받들고 파견된 몸이니까 어쩔 수 없단 말야!”일견사

허비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흐흥! 이 계집 아이만 붙잡아 두면 그자는 저절로 찾아올걸!””그 사람

이 저절로 찾아온다구요?””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한 번 시험 삼아 해보면 될 게 아니겠소?”자운

아가씨는 이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랐던지, 얼굴빛이 갑자기 창백해졌다.일견사 허비라는 괴상한 노인

의 말투는 분명히 자기를 인질로 잡아 두고 마생을 유인해 오도록 하자는 의미였다. 가슴속이 뜨끔

하기는 했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표정을 하고 앙칼진 음성으로 물었다.”선배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뭣을 의미하시는 말씀인가요?””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단 말이냐?”홍백 아가씨가 또 깔깔깔

웃으며 말했다.”오호호호! 자운 아가씨! 겁낼 건 없어! 이 분은 자운과 농담을 하고 계신 거니까, 허

선생! 자꾸 쓸데없는 수다를 떠시면, 한두 개 남으신 치아마저 몽땅 빠져 버리실 거예요!”자운 아가

씨도 가볍게 냉소를 터뜨렸다.”흥! 내가 뭘 겁을 내요? 이 정자운이 남의 꾐에 속아 넘어갈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