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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홱 몸을 돌이켜 객실들이 자리잡고 있는 뒤뜰로 달려갔다. 그러나 장돌뱅이는 그림자도 찾아낼 수 없

었다.초조한 마음으로 대뜸 심부름꾼 녀석을 불러서 물어 봤다.”여보게 ! 방금 장돌뱅이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자네 보지 못했나?”심부름꾼 녀석의 대답은 너무나 침착했고 뜻밖이었다.”서방님! 저희 여인

숙에 투숙하고 있는 장돌뱅이는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무시로 드나드는 사람이 몇몇 있을 뿐입죠. 오늘

아침에 방금 여기 계시던 가무잡잡한 서방님과 뭣인지 쑥덕쑥덕하고 밖으로 나간 장돌뱅이가 한 사람 있

긴 했습니다만‥‥‥‥”차부는 그 말을 듣고 보니, 대강 짐작이 가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이 그만큼 몸조

심을 했는데도 신안묘수 조삼도란 놈이 자기 눈앞에서 자기 몸에다 손을 댈 수 있다니? 그리고 자기 자신

은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전혀 몰랐다니? 무예계란 얼마나 속임수로 꽉 차 있는 해

괴 망측한 곳이냐?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그는 이제 와서야 경계심을 더한층 단단히 하는 것이

었다.천기부록이란 책자가 그의 수중에 들어온 지 불과 사흘밖에 안 됐다. 대강대강 책의 내용을 죽 한 번

훑어보기는 했지만, 워낙 적혀있는 글들의 의미가 심오(深奧)해서 단시일 내에 쉽사리 터득할 수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자기 거처로 가지고 가서 틈이 있을 때마다 열심히 연구해 볼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어찌 꿈엔들 생각했으랴? 봉명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렇게 쉽사리 그 책자를 도둑맞을 줄이야.

그것은 너무나 놀라운 충격이었다.신영궁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온 이래 처음으로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골탕을 먹어 보는 귀중한 경험이기도 했다.그 장돌뱅이의 뒤를 당장 쫓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어떤 사람이고 물건을 도둑맞았을 때 제일 문제가 되는 점

은 그 물건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그것이 분명히 조삼도란 놈의 소행임을 알게 된

이상, 자신의 비범한 재간으로 그 물건을 두 번 다시 빼앗아 내지 못할 법도 없다고 비장한 결심을

했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몇 번인지 싸늘한 웃음을 터뜨렸다.’흐흐흥! 소위 무예계 인물이라

는 작자들을 우선 모조리 만나 보자! 도합 몇 놈이나 우글우글하고 있다는 건지? 그러고 나서 조

삼도란 놈과 사생 결단을 내기로 하자!’차부로 변장한 마생은 여인숙 안에 잡아 둔 방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스런 태도로 시치미를 뚝 떼고, 천기부록책자를 도둑맞은 사실을 강주

아가씨에게도, 계집종 비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