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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에서 여기 나타난 사람은 흑수노괴와 홍수노괴(紅手老怪)두 사람뿐이었다.두 사람의 힘

을 가지고는 제아무리 무술 실력이나 재간이 놀랍다해도, 수많은 고수들을 누른다는 것은 절대

로 불가능한 일이었다.흑수노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크게 떠서 저편에서 여러 사람들

을 감시하고 있는 홍수노괴를 바라다봤다.홍수노괴는 한편으로는 여러 고수급 인물들의 행동을

감시하고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흑수노괴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흑수노괴가 경솔히 먼

저 손을 댔다는 사실을 원망하고 있었다.오늘의 사태는 누구든 간에 맨 마지막으로 손을 대는 사

람이, 천기부록을 입수할 희망이 가장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도 어쩌다가 청성파에

서 선수를 쓰게 되었으니, 홍수노괴의 심중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헤헤헤‥‥‥ 헤헤헤.”

과연 일견사 허비가 징글맞은 음성으로 냉소를 터뜨렸다.밝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일견사의

징글맞은 냉소 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음산하게 들렸다.냉소 소리가 그치자, 일견사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그렇게 쉽사리 이 자리를 뜰 수 있을 줄 아시오?”금오방장 화상도 목청이 터질 듯, 큰 소

리로 너털웃음을 쳤다.”핫! 핫! 핫! 흑수노괴! 어디 우리 앞에서 이 자리를 떠 보시오. 그대 자신이 먼저

말하지 않았소? 누구든지 기막힌 솜씨를 발휘해서 여러 사람들을 굴복시키지 않고는, 천기부록을

탐내는 것은 일종의 망상이라구‥‥‥”흑수노괴는 이미 범의 등 위에 올라앉은 몸이 되었다. 도로

내려설 수도 없는 난처한 판국이었다.또 한 번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서기 주총은 이미 나의 수중

에 있소. 누가 감히 손을 댈 작정이오? 헤헤헤! 우리 청성파에서는 겨우 두 사람밖에 더 오지 못했지

만, 아무 것도 겁날 일이 없소.”이때, 소림파의 천음 선사(天音禪師)가 불호(佛號)를 외면서 입을 열

었다.”나무 아미타불! 오늘날의 싸움은 실로 무예계 백 년 이래의 큰 사건이오. 이 노승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이 노승의 말을 용납해 주실지?”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이 두 눈을 딱 부

릅뜨고 날카로운 안광으로 사방을 훑어보고 나서, 고개를 끄떡 인사를 표시하고 대답했다.”선사! 어

디 말씀해 보시오.”천음 선사도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러 사람의 얼굴을 비로 쓸 듯이 죽 훑어봤다. 긴

눈썹이 약간 떨렸다.”천기부록이란 천지의 조화(造化)를 얻고 무술의 오묘한 비결을 발휘하면 누구

나 수중에 넣을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이 천하 보물이라는 책자는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