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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는 오른쪽 강변과 등덜미를 흘겨 보면서 여전히 호탕하게 웃었다.”하하하! 보물을 자네에

게 줘야만 내가 살 수 있단 말인가? 조삼도! 자네 생각은 참말 근사한데! 하지만, 이 서기도 물건

의 진짜 주인과 한 번 언약을 한 이상, 배신을 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아는 인간이란 말일세!”

어느 틈엔지 둥근 달이 중천에 높이 걸렸다.밤바람이 졸지에 강물 위를 거세게 휘몰아쳤다.아래로

바람을 타고 달리는 큼직한 나룻배는 그 빠르기가 다른 것에 비길 데 없었다.조삼도는 순식간에

멀찍이 뒤떨어져 버렸다. 오른편 강변을 달리고 있던 걸인 도사 그림자도 차츰차츰 어둠 속으로

삼켜지고 보이지 않았다.단지 봉랑자가 타고 있는 나룻배만이 아직도 몇 장 거리를 뒤떨어져서

한사코 서기가 타고 달아나는 배를 쫓아가고 있었다.마양성이 시야 앞에 뚜렷이 나타났다. 서기

는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봤다. 성에서 과히 멀지 않은 왼편 강변에, 누군지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서기는 속임수로 평생을 살아온 위인이지만, 일단 남과 언약한 일에 대해서

는 제법 신용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대뜸 제자 화호 유사고에게 말했다.”얘야! 배는 왼편 강 기슭으

로 바싹 들이대라! 그 청년이 저기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니‥‥‥‥”유사고가 강 건너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유심히 바라다 보고나서, 이상하다는 눈치로 물었다.”스승님! 저 사람이 바로 추운

검객의 아드님인가요? 우리는 이렇게 천신 만고해서 손에 넣은 보물을 어째서 저 사람에게 고스란

히 돌려 준다는 거죠?”서기는 껄껄대고 웃었다.”허허허‥‥‥ 너는 이 스승의 마음속을 모른다. 내

솔직히 말해 주마! 이게 모두 너를 위해서 하는 노릇이다!””저를 위해서요?””그렇구말구‥‥‥‥”

“그건 또 무슨 까닭인가요?””너도 이젠 자랄 만큼 자랐으니까‥‥‥‥””자‥‥‥ 랄‥‥‥ 만큼‥‥

‥ 자랐다구요? 아이 ! 스승님두, 전 싫어요! 그런 쓸데없는 말씀을 하시면‥‥‥‥”서기는 여전히

호탕하게 웃었다.”핫! 핫! 핫! 못생긴 계집애 ! 뭣이 그렇게 부끄럽단 말이냐? 너는 이 스승을 따라서

일평생을 사기꾼 노릇만 하겠느냐? 이 스승은 아무 발전성도 없는 인간이다. 평생 두고 서기라는 지

저분한 명성만 남겨 놓았을 뿐이니, 세상 사람들이 나를 사람 값에 치겠니? 너는 비록 나의 사문(師門

)에 몸을 던졌다고는 하지만, 나는 스승된 입장에서 너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저 청년

로 말하자면 무학으로 유명한 집안의 후예일 뿐 아니라, 또 신영시자의 문하생이고, 드물게 보는 준수한

미남자다. 핫! 핫! 핫! 단지 너에게 연분이 있어서 이 스승이 애쓴 보람이 있게 된다면, 내 몸은 으스러져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다!”화호 유사고는 그 말을 듣자, 스승의 너그럽고 고마운 마음씨에 감격하여

마지않으며, 정색을 하고 대꾸했다.”스승님! 그런 말씀 마세요! 이 제자는 일평생 스승님을 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