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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으로 돌리고, 두 장쯤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무영객을 향해 엄숙한 태도로 마주 서서 음성을

높여 말했다.”내, 한 가지 요구 조건 있소 ! 들어 주시겠소?””어디 말해 보시오!””귀방(貴幇)에 가

담하지 않는 것은 나 개인의 결심이니까, 만약에 내가 선생의 손에 죽게 되었을 때에는, 나머지

사람들은 자유롭게 돌려 보내 주시오.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청성파가 두 번 다시 존재할 수 없

을 것이니, 선생과 추호도 옥신각신할 까닭이 없을 것이고, 청성파의 문하생들이 무예계에 살아

있다손 치더라도 이미 그들은 직접 무예계에 관여하는 인물들이 아닐 것이니까, 선생께서 그들

을 모조리 죽여 버려야 한다는 까닭은 없을 게 아니겠소?”무영객은 가벼운 냉소를 터뜨리고 나

서야 다음 말을 했다.”흥! 오늘 밤 여기 나타난 인물들이 자신해서 몸에 지닌 무술 재간을 완전

히 포기한다면 나는 모두 돌려 보내기로 약속하겠소! 하지만 그것은 청성파의 표적물인 사령부

와 교환한다는 조건을 그대들이 수락한 경우에만 약속을 이행하겠소!”구양흔의 음성이 무시무

시하게 높아졌다.”그건 너무 지독한 처사가 아니시오?”무영객은 쩌렁쩌렁 울리는 징글맞은

음성으로 호탕하게 너털웃음을 쳤다.”어허허허 ! 헛! 헛!”그 웃음소리는 계곡 속으로 깊숙이 메

아리쳐 들어가면서 나뭇가지들을 부들부들 떨게 했다.실컷 웃고 나서야 또 대꾸했다.”우리 천

하제일방은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지독하다느니 어떻다느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소! 그런

문제는 더 말할 여지도 없는 일이오!”구양흔은 그 이상 따따부따해 봤댔자 더 모욕만 당할 것이

라고 체념했다.별안간 몸을 홱 돌이켰다.왼편에 서 있는 소동 나운의 손에서 청성파 역대의 두

령들이 물려 내려온 청홍검(靑紅劍)을 낚아채듯 빼앗아 가지고 제일검 황웅 앞으로 던져 버렸

다.”내가 죽은 뒤에, 자네는 스스로 무술 재간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고, 우리 청성파의 표적물은

남겨 두고 나의 이 패검(佩劍)을 증거품으로 삼아서 문하생들에게 적당히 분부하고 나의 명령

을 전달해주게. 나머지 사람들은 오늘 밤에 내가 승리하든 패배하든, 일체 손을 써서 싸움을 거

들 생각은 하지 말 것이고, 앞으로 처신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결정하기 바랄 뿐‥‥‥‥”이 몇

마디 말은 비장하고 침통한 음성이 창자 속에서 울려 나오는 것만 같았다.그것을 듣고 있는 소

세옥도 코끝이 시큰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혼자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두령된 사람

의 괴로운 심정은 동정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사람이 너무나 무기력하다! 또 저렇게 많은 부하

들 가운데 목숨을 내걸고 맞닥뜨려서 싸워 볼 만한 자가 하나도 없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