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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듬히 빙글빙글 돌면서 일지(一指)의 공격을 늦추지 않는 것이었다.천걸이 비칠비칠 쓰러지려

는 순간, 지걸 동방복의 눈앞에는 돌연 새빨간 광채가 번쩍 스쳐 나갔다.”아아아 앗!”천걸의 비명

소리가 그의 귓전을 아프게 했다.’이쿠! 만만찮구나!’날쌘 동작으로 몸을 땅에 깔고 때굴때굴 굴러

서 아슬아슬하게 귓전을 스치는 홍백 아가씨의 지풍을 피했다.바로 지걸이 땅바닥에 몸을 굴려서

피하는 순간, 인걸 동방영의 비명 소리가 또 들려 왔다.”아아아앗!”이쯤 되고 보니 지걸 동방복도

간담이 써늘해져서 감히 싸울 용기가 나질 않았다.십여 년이나 만나 보지 못한 동안에, 흥백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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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무술 재간이 이렇게 놀라운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은 도무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아아 앗!”지걸도 역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을 살살 기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날쌘 동

작으로 십여 장이나 떨어진 곳으로 뺑소니쳐 버렸다.그의 눈앞은 여기저기 나무가 서 있는 숲속이었

다. 그는 이것저것 헤아릴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로 숲속으로 뚫고 들어갔다. 숲속은 여기저기 서

있는 굵직한 나무 그림자로 어두컴컴했다.지걸은 이만하면 몸을 숨기기에 녁넉한 장소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걸의 어림도 없는 오산이었다.그가 숲속으로 뚫고 들어가 나지막한 나무

밑에 발을 붙이고 서서, 긴 한숨을 내쉬고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찰나에, 돌연 등덜미에서 싸늘한

여자의 냉소 소리가 들렸다.”해해해 ! 왜 시시하게 논다지? 여기 와서 헐레벌떡거리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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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대들은 신영절학쯤은 대단할 게 없다 잖았어?”지걸 동방복은 어찌나 놀랐는지 전신에서 식

은땀이 비 오듯 했다. 도저히 몸을 피할 길이 없다고 체념했다.체념을 하고 나니 도리어 마음이 한

결 가라앉았다. 꼼짝도 하지 않고 떡 버티고 서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씁쓸하게 웃었다.”히히히! 아

가씨! 마음대로 나를 처치해 달라구! 점창파의 사걸이 실력이나 재간이 변변치 못할 바에야, 도망

을 쳐서 목숨을 보존한다기로서니, 무슨 얼굴을 들고 천하를 활보할 수 있으리까?”그의 등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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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냉소 소리를 터뜨린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천향나찰 홍백 아가씨였다.아가씨는 연방 코웃음

을 쳤다.”흥! 이봐! 남아 대장부가 이게 무슨 창피한 꼴이야?”인간이란 한 번 죽음을 결심하고

나면 도리어 마음이 안정될 수있는 법이다.지걸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통쾌

하게 너털웃음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