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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여전히 장탄식을 하며 대답했다.”아아!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죠.

제가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당신께서도 단혼지에 중독이 되셨으니, 빨리 무슨 방법을

강구하셔서, 해독제를 구하셔야 될 게 아니겠어요?”복면을 한 사나이는 처참한 표정을

하고 쓰디쓰게 씽끗 웃었다.”소생은 간단히 죽지 않을 것이오!”말소리가 그치기가 바쁘

게, 복면을 한 사나이는 별안간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떨더니 몇 번인지 비칠

비칠하다가”어! 어어엇!”힘없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천천히 뒤로 나자빠지려고 했다.

자운 아가씨는 깜짝 놀라서 얼굴이 백지장 같아졌다.남자고 처녀의 몸이고 헤아릴 겨를

도 없이, 선뜻 팔을 뻗쳐서 복면을 한 사나이의 상반신을 부축해 주었다.아가씨의 음성

은 바들바들 떨려 나왔다.”다‥‥‥ 다‥‥‥ 당신은 이 이상 더 버티실 힘이 없어지셨

군요?”복면을 한 사나이는 억지로 자기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무도 모르게 안간힘을

써서 한독기의 침투에 항거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소생은 괜찮소! 아가씨나 빨

리 돌아가시오!”이때 자운 아가씨도 별안간 왼편 팔꿈치 아래에 오싹하고 싸늘한 기운이

돌더니, 불길처럼 관절을 향하고 뻗쳐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억지로 맥도에 힘

을 집중시켜서 침투하려는 독기를 막고 있었지만, 그것은 마침내 어깻죽지를 향하고 뻗

쳐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아가씨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긴 한숨을 내쉬면서

혼자서 생각했다.’일견사 허비란 놈의 음한독기(陰寒毒氣)란 과연 세상에 드물게 지독한

것이구나! 만약에 이 젊은 협객이 경각을 지체치 않고 나의 세 군데 맥도를 찔러서 무서운

침투력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그 무서운 독기가 오장 육부에까지 뻗쳐 들어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이런 생각을 하니, 아가씨의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물론, 자기 자신의 중독 상태도 빨리 치료해야겠지만, 청년 협객의 중독 상태는 자기보다

도 훨씬 더 지독한 것 같았다.그는 이미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빠져

있지 않은가!’나마저 이 자리를 떠나 버린다면, 이 복면한 청년은 당장 여기서 독기의 발

작으로 죽어 자빠지고 말 것이 아닌가? 누가 그를 돌봐줄 것이랴?’마음씨가 곱고 착한 자

운 아가씨.초조하고 당황한 심정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며, 눈자위가 새빨개지며 눈물이

글썽글썽, 금방에 방울방울 떨어질 것만 같았다.슬픔에 젖어 있는 아가씨 모습은 가여우면

서도 청초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복면을 한 사나이는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다. 얇은 검정

헝겊 한겹을 격하고, 그의 두 눈동자는 자운 아가씨의 얼굴을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