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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 아가씨는 겁이 많아요! 제발 놀라게 해주지 마셔요!”성수신검 정기봉은 우렁찬 음성

으로 너털웃음을 치며 대꾸했다.”허허허‥‥‥ 나는 한 번 퍼뜩 볼 때부터, 왕씨댁 아가

씨가 겁이 많은 줄 알았다. 하하하‥‥‥ 핫핫!”정기봉의 너털웃음 소리는 방이 금방 떠

나 갈 것만 같이 쩌렁쩌렁 울렸다.자운 아가씨는 별안간 전신의 피가 모조리 끓어 오르는

것 같아서, 하마터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에그머니!”강주 아가씨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얼굴빛이 금세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려서 뒤로 발딱 자빠졌다.

성수신검 정기봉이 날쌔기 비길 데 없는 솜씨로 강주 아가씨의 상반신을 부축해서 버티

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편 손가락 끝으로 강주 아가씨의 천영혈(天靈穴)을 더듬고 있었다.

천영혈이란 사람의 몸 가운데서 가장 급소에 속하는 사혈(死穴)의 하나다. 만약에 정기봉

과 같은 무술의 고수급 인물이, 약간 힘을 써서 이 급소를 찌르기만 한다면, 제아무리 무술

재간이 놀랍다는 사람도 당장에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자운 아가씨는 자기 부친이 뭣 때

문에 강주에게 돌연 손을 대는지, 까닭을 몰라 대경 실색하며 고함을 질렀다.”아아앗! 아

버지는‥‥‥ 아버지는 어째서 ‥‥‥‥”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기봉은 돌연 호탕

게 너털웃음을 치면서 강주 아가씨의 상반신을 부축해서 일으켜 주었다.”아니다! 아니다! 아

무 일도 아니다! 나는 왕씨댁 아가씨가 혹시 몸에 병이라도 없나 해서‥‥‥ 건강체인지 아

닌지, 그것을 한 번 확인해 보려구‥‥‥ 시험해 본 것뿐이다! 흐흐흐‥‥‥‥”20. 다시 나

타난 천기부록성수신검 정기봉은 들릴 듯 말 듯하면서도 징글맞고, 이상야릇한 웃음소리로

말끝을 흐려 버렸다.그 괴상한 웃음소리는, 자운 아가씨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자운 아가씨

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자기 부친이 강주 아가씨가 무술을 아는 처녀인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려고 음침 맞고 엉뚱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강주 아가씨는 상반신을 바로

잡고 좌정한 다음, 조그만 입을 딱 벌려서 속시원하게 한숨을 내쉬며, 한편 손으로 자기 앙가

슴을 연방 문질렀다.간신히 살아났다는 듯, 보기에도 딱한 표정을 하고 자운 아가씨에게 말했다.

“자운 언니! 이 댁 아저씨의 웃음소리나 말씀하시는 소리가, 왜 그렇게 무섭게만 들릴까요?”

자운 아가씨는 남몰래 마음속으로 혼자 웃었다. 그러나 그 까닭을 강주 아가씨에게 설명해 줄

수는 없었다.조그만 입을 삐죽삐죽하면서, 자기 부친에게 원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