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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사고 아가씨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아가씨!’라고 불러 주는 한마디 말이 얼마나

다정스럽게 귀에 들렸을 것이랴!’이 사람은 반드시 내가 오랫동안 안타깝게 기대하고 있던 말

을, 이제야 해줄 것이다!’아가씨는 설레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이렇게만 생각하고있었

다.그러나 뉘 알았으랴.소세옥이 그 이상 아무 말도 더 하지 않고, 조금도 자기 옆으로 가까이

다가앉으려는 기색도 없을 줄이야.아가씨는 곁눈질을 해서 소세옥의 얼굴을 흘겨봤다. 그제서

야 아가씨는 전연 반대의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소세옥은 자기 곁에서 두어 발자국이나 멀찍

이 떨어져 나가 앉아서, 팔짱을 끼고 밤하늘에 떠 있는 맑은 달만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표정이라곤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그가 뭣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유사고 아가씨는 참다못해서 몸을 그편으로 돌려, 소세옥의 신변 가까

이 바싹 다가앉았다. 다정 다감한 음성으로 조용히 물어 봤다.”당신, 지금 뭘 생각하고 계시죠?”

소세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뚝뚝한 음성이었다.”아무 것도 생각하는 건 없소!.””그만두

세요! 당신은 저를 속였지요?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셨죠?”아가씨의 잔뜩 토라진 말투에

, 소세옥이 미처 대답도 할 사이가 없이, 느닷없이 공중에서 괴상한 음향이 들려 왔다. 누군지 이

산을 향하고 날아드는 것 같았다.소세옥은 다짜고짜로 팔을 뻗쳐서 유사고 아가씨의 손목을 덥석

잡아 끌었다. 나무 그늘 속으로 둘이서 몸을 숨겨 버렸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괴상한 음향이 들

려 오는 방향을 노려봤다.한줄기 뿌연 연기와 같은 사람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바라다보일 뿐이었

는데 그 그림자의 움직임은 전광 석화같이 빨랐다.그 그림자는 밝은 달빛 속에서 한 번 번쩍하더

니, 벌써 산꼭대기까지 뻗쳐 나갔다.소세옥은 내심 경탄하여 마지않았다.’저 사람은 누구일까? 아

무리 유명한 경신술이기로서니 저렇게 날쌔고 빠를 수가 있을까?’3. 청성파의 최후그 뿌연 연기 같

은 사람의 그림자는 움직임이 어찌나 빠르고 날쌘지, 신영절학과 산형술이라는 놀라운 재간을 몸에

지닌 소세옥으로서도 두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였으니 번갯불 같은 신법(身法)을 짐작할 수 있을

만했다.그러나 유사고 아가씨는 이상스러운 음향을 약간 들은 듯했을 뿐, 사람 그림자라곤 통 보지

못했다.새까만 눈동자를 깜박이면서 물었다.”무얼 보셨나요?””어떤 사람의 그림자.””사람의 그림

자를요?”유사고 아가씨가 괴상하다는 듯 또 물었다.”그런데 저는 어째서 보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