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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룡의 솜씨는 비상히 빨랐다.”와하하하! 핫! 핫!”앙천 대소하는가 하는 순간,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

다. 어느 틈엔지 허리춤에서 활수검 세 자루를 뽑아 움켜잡고 있었다.”꼼짝 말고 게 있거라!”연거푸 호

통을 치는 순간, 세 줄기의 은빛 무지개가 줄기줄기 뻗쳐 나서 곧장 세 마리의 참새를 향하고 발사되

었다.실로 전광 석화같이 날쌘 재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줄기 무지개는 세 마리 참새들의 신

변 가까이 뻗쳐 들어갔다. 그러나 세 마리 참새들은 별안간 허공에서 몸을 발딱 뒤집더니, 꼭같이

아래를 향하고 화살처럼 내리받혔다.마침내, 세 줄기 은빛 무지개는 세 마리 참새들의 등줄기를 살짝

스쳤을 뿐, 그중 한 마리도 칼을 맞고 땅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다.은빛 무지개가 스쳐 나가는 순간

, 참새들은”짹! 짹! 짹!”놀라 재잘거리면서 푸드득푸드득 날아가 버렸다.정여룡은 어리둥절했다.

그의 귀신같이 빠른 솜씨를 묘하게 피하고, 세 마리 참새들이 허공으로 높직이 날 수 있다니?별안

간 그는 또다시 왼손을 높이 쳐들었다. 벌컥 소리를 질렀다.”요놈들! 꼼짝 말고 내려오지 못할까?”

연거푸 세 줄기 은빛 무지개가 발사되었다.이상한 일이었다.세 마리 참새들은 칼끝에 맞을 듯, 맞

을 듯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마치 무슨 힘이 그들을 위에서 잡아 올리기라도 한다는 듯, 곧장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정여룡의 세 자루 활수검은 이번에도 결국 참새들의 배 아래를 살짝

스쳐 나갔을 뿐, 역시 허탕을 치고 말았다.정여룡이 세 번째로 세 자루의 단검을 뽑아 들었을 때

에는, 세 마리 참새들은 이미 멀찌감치 날아 달아나고 있었으니, 쫓아갈 도리는 없었다.이것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정여룡은 장승처럼 우쪽 버티고 서서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삐쩍 마른

얼굴이 별안간에 푸르락누르락, 쑥스럽고 어색하고 멋적은 표정으로 멀리 날아 달아나는 새

들을 바라다보며 벙어리처럼 말이 없었다.그러나 정여룡만 얼이 빠져서 어리둥절한 것은 아

니었다. 자운 아가씨까지도 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어서 새까만 눈동자를 깜박깜박하면서 뭣

인지 곰곰 생각하고 있었다.자기 오빠의 활수검은 확실히 한 가지의 절기(絶技)랄 수 있다.

수년 동안 이 재간을 부릴 때마다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어째서 발사한

칼이 한 자루도 목표물을 때리지 못했을까?더군다나 괴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세 마리 참

새들의 움직임이었다. 이치로 따지자면, 참새란 날개를 놀려야 아래로 내려올 수도 있고 위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냥 꼿꼿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가다니‥‥어쨌든 참새들의 움직

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