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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전 고투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 넓은 대청이라고는 하지만, 제한된 면적과 공간에서 싸움이

벌어졌으니, 몸을 자유 자재로 허공으로 솟구쳐 올려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쩔 도리 없이 그는

일 합, 이 합, 대결을 거듭할 때마다 화상(和尙) 벽안승의 공세를 피하느라고 한 걸음, 두 걸음

후퇴를 계속해야만 했다.여인숙 대청 안은 수라장이 돼 버렸다. 내동댕이쳐지고, 나자빠지고, 곤두

박히고, 꺾어지고, 부서진 의자, 식탁 나부랭이, 찌그러진 쟁반들, 깨어진 음식 그릇들이 즐비하

게 깔리고‥‥‥ 심부름꾼 녀석들은 얼이 다 빠져서 두 눈을 딱 부릅뜨고 어리둥절‥‥‥ 늙은

주인은 쉴 새 없이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긴 한숨을 내쉬고 발을 동동구르고 있을 뿐.”허어 !

이 일을 어쩌면 좋다지?”대답해 줄 사람도 없는 말을, 바보처럼 되풀이했다. 이 여인숙에 몰려

든 손님들이란 십중 팔구는 소위 무예계 변두리에서는 저마다 뽐내고 사는 존재들이고 보

니, 일단 그들이 싸움을 시작한 이상, 권고를 한다거나 말린다거나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

능하기 때문이었다.싸움을 말리기는커녕, 그 언저리에 얼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섣불리 그

들의 성미를 털끝만큼이라도 건드려 놓았다가는, 불덩어리가 이편으로 튀어 들 판이고 보니

, 찍소리도 못하고 바보처럼 멍청히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사람 살려요! 사람 살

려 ‥‥‥‥”걸인 도사가 연방 식탁 언저리를 빙글빙글 맴돌며 소리를 지르고있건만, 어떤 사

람도 감히 달려들어서 말리지는 못했다.한편으로 비켜 서서, 싸움판을 구경하고 있는 무예계

변두리의 수많은 맹장들은, 걸인 도사가 고의로 상대방을 희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 그 일에 휘말려들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아무도 앞으로 나서서 걸인 도

사의 행동에 감히 간섭하려 드는 사람이 없었다.연비는 걸인 도사에게 요놈 조놈이니, 앙큼스

런 도둑놈이니 하고 욕을 실컷 먹고 보니,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었다.”이런, 돼먹지 않

은 늙은 것이!”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수법을 돌변하여 식탁을 중간에다 두고, 건너편을 들

이칠 수 있는 장풍을 발휘해서 걸인 도사에게 맹공을 가했다.쉭! 쉭!줄기줄기 뻗쳐나는 무시

무시하고 끔찍끔찍한 장풍이 화살같이 빠른 속도로 걸인 도사의 얼굴을 향하여 정통으로 습

격해 들어갔다. 걸인 도사는 또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이쿠!”몸을 피하려 해도 피할 곳이 없는

모양이었다. 날쌘 동작으로 몸을 옴츠려 가지고 식탁 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놈의

늙은이가‥‥‥‥”연비는 뻗친 손을 거둬 들일 생각도 하지 않고, 호통을 치면서, 오른쪽 발을

높이 쳐들어서 앞에 있는 식탁을 힘껏 내질렀다. 큼직한 식탁이 허공을 날아 여인숙 대문 밖

으로 동댕이쳐졌다.우지끈 뚝 딱 쿵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