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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아가씨가 그 말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몸을 홱 돌이키는 순간, 재빨리 여허 노인의 수

중에 쥐어 주었다.몸을 다시 돌이켜 일견사에게 명령적으로 말했다.”이 노인의 상처를 꼭

치료해 드려야 돼요!”일견사 허비가 대뜸 대답했다.”이 다음에 후회하지 않을까?””너무 뽐

낼 건 없단 말야! 앞으로 당신이 나를 반드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일이

니까‥‥‥‥”복면을 한 사나이는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내심 생각했다.’역시 어

디까지나 마음씨가 너그럽고 인자한 아가씨였구나! 아! 나 같은 위인은 숙명적으로 이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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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씨의 고운 마음씨를 받아들일 처지가 못 되니‥‥‥’일견사 허비가 또 너털웃음을 쳤다.

어쩔 수 없이 선선히 대답했다.”아가씨 말대로 하리다! 하라는 대로 약속을 이행하리다!”말을

다 하고 허비는 품속으로부터 조그맣고 새빨간 병 한 개를 더듬어 내어 뚜껑을 열고 손바닥

위에 기울였다. 콩알만큼 조그만 환약 한 알이 떨어졌다.그것을 자운 아가씨에게 던져 주

면서 배앝듯이 말했다.”자아, 받아요! 저 늙은 것에게 이걸 먹이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자운 아가씨는 가냘픈 손바닥을 번쩍 높이 쳐들었다.날아드는 환약 한 알을 재빨리

움켜잡았다.그 환약은 빛이 불처럼 새빨갈 뿐더러 진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자운 아가씨는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일견사 허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고 보면, 제 아무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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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을 죽이기 좋아하는 버릇이 있다 해도 비겁하게 남몰래 독약까지 써서 남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즉각에 여허 노인의 면전으로 달려갔다.성급히 말했다.

“여 노인 ! 해독제가 여기 있어요!”여허 노인은 땅이 꺼질 것같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 ! 너무나 어질고 착하신 마음씨‥‥‥‥”못다한 말을 한참만에야 언성을 낮추

어서 천천히 중얼댔다.”아가씨 ! 이렇게까지 억지를 쓰지는 마시오! 내가 보건대 저 복면을

한 청년은 무술 재간이 결코 보통이 아닌 것 같소!”자운 아가씨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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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노인! 저 때문에 걱정하실 건 없어요! 허비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괴상한 독기는 이

약을 잡수신 뒤에 열두 시간쯤 조용히 몸조리를 하시고 기운을 회복하시기에 힘쓰시면

곧 풀릴 거예요! 노인께서는 먼저 돌아가시죠!”여허 노인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렇게 조급할 건 없소! 아가씨! 이 늙은 것의 오른팔은 아직도 완전히 못 쓰게 된 것

은 아니오!”자운 아가씨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앙칼진 목소리로 명령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