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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생 사이에 벌어졌던 간격도 차츰차츰 좁아질 수 있게 되었다.비록, 오빠 정여룡과 사이에 원한이 있

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해결할 방법이 아주 없을 것 같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했을 때, 아가씨의 두 눈

앞에는 얇은 안개가 한겹 뽀얗게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그 안개 속에서 표연히 내닫는 하나의 얼굴.

준수하기 비길 데 없이 늠름하고 멋들어지게 생긴 청년. 바로 그의 옆에는 꽃송이같이 요염하고 둥

근달같이 아리따운 아가씨가 바싹 따르고 있다.두 청춘 남녀는 손에 손을 잡고 천하를 횡행하며 의협

(義俠)을 위해서 거리낄 것을 모른다.흰 구름이 뭉게뭉게 감도는 높은 산꼭대기. 무변 대하의 호탕한

푸른 파도 위. 그리고 꽃 앞에서, 달 아래서, 두 청춘 남녀는 언제나 한쌍이 되어서 행복이 넘치는 나

날을 보낸다.앞으로 닥쳐올 것만 같은 꿈속에 도취한 자운 아가씨는 눈 앞에 어른거리는 환영(幻影)

에 도취해서 벙어리 유모가 자기 앞에 있다는 사실도 완전히 잊어버렸다.자기 기분에 황흘해져서

쌍끗 웃었다.마음이 한없이 행복하고 편안한 아가씨의 미소에는 젊은 처녀의 독특한 매력이 넘쳐 흘

렀다.이때 홀연, 한줄기 사나운 바람이 난데없이 획하고 불어왔다. 안개 속에 곱게 싸였던 달디단 환

영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낙엽이 한 잎 공교롭게도 아가씨의 이마 위에 떨어졌다.

그것은 지극히 가볍게 아가씨의 이마를 스친 데에 불과했지만 여태까지 꾸고 있던 아가씨의 아름다

운 꿈을 여지없이 송두리째 깨뜨려 버렸다.그제서야 아가씨는 벙어리 유모가 자리를 뜨고 곁에 없다

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견디기 어려워 또 한 번 소리 없는 미소를 쌍끗 웃었다.후회

막급했다.’내가 이게 무슨 꼴이람? 유모가 먼저 가 버렸는데도 나는 나중에 어디로 찾아가겠다는 약

속조차 하지 않았으니 부질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고 가장 중요한 일을 까먹고 있었구나!’

그러나 아가씨의 마음은 한없이 명랑해졌다.마치 하루 진종일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갑자기 환하게

트이고, 행복의 신이 자기를 향하고 서서히 걸어오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 만사란 십중

팔구는 사람의 뜻과 같이 되는 것이 아니다.이 마음씨 착하고 미모를 지닌 아가씨가 애태우며 희망

하고 있는 소원이 과연 성취될 것인가? 무예계란 항시 괴상 망측하고 복잡 다단하고 파란 만장한 곳

이다. 아가씨의 소원이 전혀 반대의 각도로 전개되어 나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이다.아가씨는 응당 시각을 다투어서 봉명장으로 급히 돌아가야 할 몸이었다. 그러나 여하한 일이 있

어도 강주 아가씨를 태운 마차가 자기보다 앞질러 달려가고 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그 아가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