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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옥은 그제서야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유사고 아가씨는 놀라움 때문에 졸도를 할 뻔한 것

이 아니고, 원한과 격분을 참을 길이 없어서 쓰러질 뻔했다는 사실을.그리고 일견사 허비란 자가,

아가씨의 피로써 갚아야 할 원수라는 사실도‥‥‥소세옥은 굵직한 음성을 더한층 낮추었다.”아

가씨! 지금 이 판국에선 경거 망동을 하지 마시오. 저 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장차 앞으로 얼마

든지 있을 게 아니겠소?”소세옥은 아가씨를 타이르듯 달랬다.화호 유사고는 별안간 가슴속이 화끈

하는 뜨거운 이성의 체취를 느끼면서, 그제서야 자신의 가냘픈 허리가 소세옥의 팔에 안겨 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두 볼이 새빨개지면서, 자동적으로 몸을 꼿꼿이 일으켜 세웠다.

서기는 비록 무술 재간은 보잘 것 없다지만, 어쨌든 다년간 천하를 주름잡고 돌아다니던 걸물이다

. 별안간 두 손을 맞잡고 흔들어서 사방을 향하고 경의를 표시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이건 정말

뜻밖입니다.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고명하신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됐다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

다. 이 서기 주총이 한 분한 분께 인사를 여쭙지 못함은 심히 죄송스런 일입니다만, 여러분께서는

무슨 사연이 있으셔서 돌연 이 장소에 나타나셨습니까?”서기의 말에 제일 먼저 대꾸를 하고 나선

것은 누런빛 가사를 걸친 두 화상 중에서 왼편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그는 우선,”나무 아미타불‥

‥‥‥”하고 부처님을 불러 놓고 나서 다음 말을 계속했다.”주총! 그대는 이 노승(老僧)을 알아보겠

나?”서기 주총은 끝이 아래로 처진 여덟 팔자 눈썹을 찡긋찡긋 움직였다.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래

도 이 두 화상들만은 마음씨가 올바른 노인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기는 다시 두 손

을 맞잡아 쩔레쩔레 흔들어서 인사의 뜻을 표시하고 대답했다.”두 분 선사(禪師)님들께서야 소림

(少林) 양심원(養心院)에 계신 장로(長老)님들이신데 어찌 알아뵙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그

늙은 화상은 빙그레 소리 없이 웃었다.”주총! 나를 알아본다니 다행이군! 그렇다면, 이 노승과 한

번 좋은 인연을 맺어 두는 것도 괜찮을 걸세.”늙은 화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른편에 있던 푸른빛

도포를 입은 두 도사 중에서 한 사람이 껄껄껄 웃었다.”핫! 핫! 핫! 스님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이

런 판국에 주총이 제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소? 우리는 먼저 흑백을 똑똑히 가려 놓아야겠소

. 스님들도 보고 계시지 않소? 아,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님들과 주총이 좋은 인연을 맺는

꼴을 구경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