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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내게도 좋은 약이 얼마든지 있어! 봉랑자의 약은 미안하지만 먹지 않겠어!””내가 노인을 독살

할까 봐 그러슈?””헤헤헤 ! 그런 의미야 아니지! 나를 해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반드시 다음

에 닥쳐올 후환을 두려워할 테니까‥‥‥‥””맞았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감히 노

인을 해치려야 들겠수? 이 봉랑자가 아무리 독을 잘 쓴다 해도 그건 사람을 가려서하는 거지, 노인

같은 분에게 어떻게 그렇게 대담 무쌍한 짓을 할 수야 있겠수?”일견사 허비는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댔다.’산통 다 깨졌는걸! 꼬락서니가, 이 악독한 계집년이 무슨 까닭이 있어서 여기 나타난

모양인데?’자신이 부상당한 것만 돌보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억지로 온갖 힘을 손가락 끝으로 집

중시키려고 애썼다.그러나 버티고 있던 힘이 내장에서 흐트러지자 부상당한 고통은 참을 수 없게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비 오듯 흘렀다.봉랑자는 입을 삐쭉하고 히

죽이 웃었다.”허비 노인! 또 땀을 몹시 흘리시는구려! 이봐요! 노인의 병은 심상치 않은 것 같은

데‥‥‥ 설사를 하시구‥‥‥ 신열이 나시구‥‥‥ 그렇죠?”일견사 허비는 억지로 웃었다.”흐

흐흐‥‥‥ 약간‥‥‥ 하지만 대단치 않아! 좀 있으면 괜찮을 거야!””그럼, 노인! 역시 나의 약을

잡숴 두시오! 잠시 드러누워서 쉬시면 곧 회복될 것이요. 이 사람은 이미 중독 상태에 빠져서 몸

도 움직일 수 없으니 두 번 다시 노인께 손을 댈 수도 없을 것이구‥‥‥‥ 이 봉랑자야 더군다나

노인께 까불지 못할 것이구‥‥‥‥ 이건 정말 나의 특별한 호의나 겁내지 말구 받아들이시우!”

봉랑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이때, 두 사람의 거리는 지극히 가까왔고,

그 중간에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있는 복면의 사나이가 나둥그러져 있을 뿐이었다.일견사 허비

는 내심 딴 꿍꿍이속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일개아녀자 봉랑자를 추호도 겁내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나 오늘 밤만은, 자기의 일격이 실수를 한다면 그 다음에 닥쳐올 후환이란 것이 너무나 두려

웠다.봉랑자의 칠독봉침(七毒蜂針)이 그림자도, 소리도 없이, 그리고 비길 데 없는 기독(奇毒)을

품고 자기에게 습격해올 것이 뻔한 노릇이었다.일견사 허비는 위인이 교활하고 능청스럽고 음

흉했다.찍소리도 없이 꼼짝달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돌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그렇게 하는 것

도 무방하겠지! 허어! 참, 인생이란 늙어지면 쓸모가 없어지구‥‥‥ 몸에 병이 다 생기구‥‥

‥‥”말을 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오른팔을 번쩍 쳐들었다.그의 하나밖에 없는 식지(食指)는 소맷

자락 속에 움츠러들어 있는 채, 어느 틈엔지 싸늘한 바람 줄기를 발사한 것이었다.”에그머니!”봉

랑자는 자지러지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가냘픈 몸집이 벌떡 뒤로 넘어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털썩 쓰러져 버렸다.(제4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