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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서자마자, 시체 왼편에 나란히 서 있던 세 장정 중에서 맨 앞에 서 있

는 자가 성급히 물었다.”큰형님! 이 사람은 바로 대각사의 금오방장이 가장 아끼던 수제자인데

, 무슨 까닭으로 여기 이렇게 죽어 자빠져 있는지 모르겠소!”방금 개떼를 죽이고 땅 위에 내려

선 장정이 징글맞은 음성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후후후‥‥‥ 죽어 자빠진 꼬락서니가 어떤

가?”세 장정 중에서 맨 가운데 서 있는 둘째 장정이 대답했다.”전신에 상처라고는 하나도 없소!

아마 어떤 자의 기묘한 수법에 걸려들어 부상을 입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숨진 모양이오!”

땅 위에 내려선 장정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벽안승의 시체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심히

.”흥!”코웃음을 치더니 다음 순간, 그는 허리를 꾸부리고 두 손가락으로 시체의 턱을 잔뜩 움켜

잡고 힘껏 비틀었다.우두둑 우두둑하는 소리가 악골(顎骨)에서 가볍게 들려 나왔다. 그러자 시체

는 아래위 입술을 크게 딱 벌렸다.그 장정은 곧 꾸부렸던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모두들 봤겠지

? 이 시체의 입 속을‥‥‥ 이게 바로 신영궁의 탄지유형(彈指流螢)이라는 절학(絶學)이란 말

일세! 이 중녀석은 바로 신영궁의 녹형광이라는 무시무시한 광채를 입으로 쐰 걸세!”왼쪽 끝에

서 있는 장정이 약간 놀라는 기색으로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그렇다면 이건 틀림없이 요즘 소문

이 자자한 소(邵)가란 녀석의 소행이 분명하오! 이 중녀석은 금오방장이 천하에 자랑하는 수제

자로서 팔괘신권의 수법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쓸 줄 안다는 데, 그까짓 젊은 녀석 하

나를 감당 못했다는 건 이상한 일인걸!”오른쪽 맨 앞에 서 있는 장정이 괴상한 음성으로 웃음을

터뜨렸다.”후후후흥! 대각사의 그 정도 무학(武學)쯤이야 뭣이 그리 대단해서‥‥‥ 가소롭단

말이오! 금오방장 따위 중녀석이 무예계에 하나의 문파를 만들고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일종

의 망상이오! 대낮에 꿈을 꾸고 있는 어리석은 짓이지!”둘째 장정이 한참 동안 침통한 표정으

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우리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심해야 할

게 아니겠소?”시체 오른편에 내려선 자가 또 말했다.”헤헤헤‥‥‥ 여보게 셋째! 자네도 어

지간히 겁쟁이군 그래! 우리 점창파의 사걸들이, 그래 그따위 후배 젊은 녀석 하나쯤을 두려

워한단 말인가? 신영궁의 탄지유형이라는 절학이 비록 천하무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점창

파의 사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거란 말야! 아, 그따위 젊은 녀석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우리 사걸들의 명예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걸세!”말소리가 끝나자마자, 어디

선지 난데없이 앙칼진 냉소 소리와 말소리가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