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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랑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쉭쉭 싸늘한 바람을 퍼뜨리며 맹렬한 반격을 가했다.

일견사의 단혼지 수법은 무예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것이다.봉랑자도

그 앞에서는 경솔하게 대항하지 못하고 훌쩍 은빛 날개를 펼쳐서 일견사의 지풍을 피해

버리고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뽑아서 땅 위에 내려섰다.두 사람과 그 조그만 책자와의

거리는 아직도 너댓 장쯤 떨어져있었다.쌍방이 서로 버티고 서 있는 도리밖에 없었다.

일견사의 단혼지도 유명하지만, 봉랑자도 무예계에서 오독지일이라고 손꼽히는 여자고

보면 그 칠독봉침도 악독하기로 유명한 무기였다. 손을 한 번 쓰면 소리도 그림자도 없

으니 좀체로 막아내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것이었다.두 사람의 입장은 꼭같았다.나는 너

를 경계하고, 너는 나를 경계하고, 그래서 둘이 꼭 같이 한편 눈도 깜짝하지 못하고 상대

방만 노려보고 있었다. 아차하는 순간에 천기부록을 상대방에게 빼앗기거나, 그렇지 않

으면 상대방의 졸습을 받아서 피할 길이 없게 될 판이었다.바로 이때, 얼굴이 시커먼 청년

의 음성이 또 열 장쯤 떨어진 곳에서 들려 왔다.”책자는 저편 땅위에 던졌습니다. 스승님!

용기가 있으시면 거기 가셔서 집어 오십쇼! 저를 자꾸 쫓아오셔도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

습니다!”잇달아 서기의 음성도 들렸다.”요놈! 깜찍한 꾀를 냈구나! 내가 저 사람들을 건

드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그따위 짓을 해서 내게 골탕을 먹여 보자는 수작이지? 어디 두

고 보자! 내 네놈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얼굴이 시커먼 청년은 여전히 달아나면서 소

리를 지르는 모양이었다.”용서를 못하시겠다구요? 제가 스승님을 당해 낼 재간이야 있습

니까? 달아나는 수밖에‥‥‥ 쫓아오실 테면 쫓아와 보십쇼! 누가 걸음이 빠른가 해보십

시다!”서기가 또 격분을 못 참고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요런 발칙한 녀석 ! 내가 네놈을

쫓아가지 못할 줄 알구? 천기부록은 내버려도 좋다! 그러나 네놈의 목숨만은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또 한바탕 욕지거리 소리가 들려 오더니 차츰차츰 멀어져 갔다.

두 사람은 쫓고 쫓기고 하면서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모양이었다.시끄러운 욕지거리 소

리가 깨끗이 사라지고 들려 오지 않을 때, 봉랑자는 무엇으로 가슴을 찔린 사람처럼 어

처구니없는 놀라움 속에서 퍼뜩 깨닫는 바가 있었다.홀연, 두 발로 땅바닥을 쿵 구르는

순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기부록도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 두 어깨를 으쓱으쓱 치

올리더니 쌩쌩, 하는 모진 음향과 함께 복면한 사나이가 나자빠져 있는 곳으로 단숨에

몸을 날렸다.과연 봉랑자가 추측한 바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