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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출렁대는 물결은, 마치 무수한 물고기들이 일제히 수면으로 떠올라서 은백색 비늘을 자랑하며

펄떡펄떡 뛰놀고 있는 듯했다.쉭! 쉭!시원한 초저녁 바람이 강변의 수양버들 가지를 멋들어지게 흔들

었다.’수양버들이 축 늘어진 강변에, 저녁 바람이 시원스럽게 스쳐 나가고, 둥근 달이 점잖게 떠오르고

‥‥‥’이런 옛 시인의 시구(詩句)가 생각날 만큼 조용하고 시원스럽고 평화로운 강변의 풍경이었다.

일엽 편주(一葉片舟) 한 척이 거센 물결을 헤치며,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배 위에서 노를

젓고 있는 사람은 얼굴이 가무잡잡한 청년이었다. 그는 조그만 나룻배를 수양버들이 우거져 있는 강변

가까이 들이댔다. 뱃머리에 앉아서 두 무릎에 손을 얹고 둥근 달을 바라보느라고 넋이 빠진 사람 같아

보였다.무성한 수양버들이 짙은 그림자로 강변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또 나룻배 안에는 등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둠침침한 광선 속에서 간신히 청년의 얼굴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청년이야말로 이날 낮에 걸인 도사에게 희롱을 당했던 조삼도의 제자 – 세상 사람들이 새

시천이라고 일컫는 연비에 틀림 없었다.분명히 그는 누군가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

. 물론, 그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십중 팔구 바로 그의 스승 조삼도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과연, 얼마 안되어서 한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그림자는 곧장 강변으로 달려들지는 않았다.먼저, 강기슭 한 곳 잡초가 무성해 있는 흙더미 뒤

에 몸을 숨겼다. 강의 상류, 하류를 유심히 살펴보며 뭣인지 조용히 궁리하고 있었다. 수상쩍은 점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사람의 그림자는 날카로운 시선을 조그만 나룻배 위로 꽂았다.그는 시커

먼 헝겊으로 머리를 온통 휘감았고, 소매가 짤막한 적삼에 역시 짤막한 잠방이를 입고 있었다. 누가

보나 고기잡이에 틀림없는 몸차림 이었다.턱밑으로는 허연 수염이 덥수룩하고, 나이 오륙십 세나 돼

보였다.두 눈동자에서 번쩍번쩍 뻗쳐 나는 날카로운 안광으로 미루어 볼 때, 내공(內功)의 재간이 탁

월한 인물 같기도 했다.그런데도 입을 크게 딱 벌리고 숨이 차서 헐레벌떡거리는 꼴을 보면, 꽤 오랫동

안 먼 길을 달려오느라고 기진 맥진한 모양이었다.그는 흙더미 뒤에 몸을 숨긴 채 별안간 조약돌 한

개를 손으로 집어서 쌩하는 음향과 함께 청년의 신변 가까이 던졌다.조약돌이 떨어지는 소리

에 청년은 깜짝 놀랐다.긴 체구가 금시에 벌떡 일어섰다.손뼉을 두어 번 가볍게 탁탁 치고, 휘파

람을 한 번 쉭 불었다.조그만 나룻배는 이미 강 기슭을 떠나, 너댓 장 거리나 떨어진 강변에 다시 머

무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그 흙더미 뒤에 숨었던 사람의 그림자도 불쑥 긴 몸을 일으

켰다. 그러고는 활줄에서 튕겨진 화살같이 빠른 속도로, 몸을 두어 번 휙휙 날리더니, 어느 틈엔지

재빨리 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