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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만한 기묘하고 악착스런 연극을 꾸며내서 활수검 정여룡을 한 번 무섭게 혼을 내주었고, 과거부터

지니고 있던 모욕과 불평 불만에 대한 울분을 시원스럽게 토해 봤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코 마생

의 본의는 아니었다.만일에 정기봉의 아들 정여룡이 강주 아가씨를 한번 보자마자 홀딱 반해서 침을

흘리며 주책을 떨지만 않았다면, 마생은 이런 악착스런 연극을 꾸며낼 생각은 애당초부터 전혀 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천둥 벌거숭이같이 강주 아가씨의 육체에 주책 없이 침을 흘리는 활

수검 정여룡에 대한 일종의 가벼운 응징의 방법에 불과했다.다소 지나치게 악착스런 연극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정기봉의 본부인 수라수 담경영과 옥신각신 싸우지 않고는 도저히 용취암에 침입할 만

한 적당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생각다못해서 이런 잔인하고도 기묘한 간통(姦通)의 연극을 꾸며

냈던 것이다정기봉의 본부인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벙어리 유모가 용취암에 감금당해 있다는 사

실이 확실히 증명되기 전까지는, 정기봉의 본부인을 상대로 하고 싸운다는 것은 자운 아가씨에 대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어쨌든, 마생은 일거 양득의 기묘한 연극을 꾸며내서 그것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셈이다. 그러나 한편, 죄 없이 정여룡에게 육체를 송두리째 바치고 일장(一掌)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 정기봉의 다섯째 시첩 독장미 갈운낭을 생각하면, 가슴속이 뭉클하고 미안하

고 불쌍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폭풍우는 깨끗이 지나갔다.봉명장 전체는 다시 조용한 공기 속에

싸였다.그러나 자운 아가씨가 잃어버렸던 야광주(夜光珠)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정기봉에게 보고했

을 때, 정기봉의 두 눈초리는 갑자기 매서운 안광을 발사했다.다음 순간, 그는 다시 태연 자약한 표

정을 회복하고 자초 지종 자세한 경위를 딸에게 물어 봤다. 담담한 웃음을 입가에 띠면서 말했다.

“자운아! 그럼 그 왕(王)씨댁 아가씨는 아직도 난원(蘭苑)에 있단 말이냐?”자운 아가씨는 아버지

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겁을 내면서도,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네, 그래요! 그 아가씨는

참말 명랑하고 천진난만하고‥‥‥ 저는 잃어버렀던 야광주를 찾은 때문에 그 아가씨가 우리 봉

명장엘 찾아오겠다는 것을 거절하지 못했어요!”정기봉도 껄껄대고 웃었다.”핫! 핫! 핫! 이 애비는

워낙 바쁜 몸이니까 네가 그 아가씨를 데리고 며칠 재미있게 놀아주렴 ! 단지, 요즘 며칠 동안 외

부의 정세가 뒤숭숭한 것 같으니, 함부로 밖으로 나돌지 않는 게 좋을 게다!”자운 아가씨는 부친

의 얼굴에 희색이 감도는 것을 보자,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아버님께서는 신계 일

대에 천하제일방이란 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정기봉은 여전히 담담히 웃었다.

“허허허‥‥‥ 물론 알고 있지! 그들은 절대로 우리 봉명장을 시끄럽게 굴지는 않을 게다!”

자운 아가씨는 다소 놀랐다.”아버지께선 그 방주 무영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