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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묘하게 됐다! 듣기에는 봉랑자라는 아가씨는 악독하기가 사갈과 같고, 백독부인(百毒夫人)이라는

여자의 문하생으로 무술 재간이 놀라울 뿐더러, 손끝이 매섭고 모질어서, 유명한 인물들이 이 여자의 손

아귀에 걸려 목숨을 잃은 자가 부지 기수라는데‥‥‥ 무예계 사람치고 누구나 한 번 이 여자의 성명 삼

자만 들어도 겁을 집어먹고 감히 건드리지도 못한다는데‥‥‥ 이 여자가 나를 농락하려고 덤벼들 바에

야, 난들 왜 이 여자를 이용하지 못할 까닭이 있으랴? 독(毒)은 독으로써 응징해야 한다! 이 여자를 이용

해서 조삼도란 놈의 버르장머리를 한 번 고쳐 주도록 하자!’이렇게 배짱을 든든히 먹자, 소세옥은 치올

간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는 정말 놀라우신 분이오! 그렇잖아도

소생은 오늘 아침결에 무슨 물건을 잃어버려서 몹시 우울한 판이오!””무슨 물건을 잃어버렸다구?”

우의미 아가씨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쨍쨍 울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반문하고 나서, 또 한바

탕 웃었다.”오호호호‥‥‥ 난 또 무슨 대단한 일인가 했더니‥‥‥ 물건을 잃어버렸기루 그게 뭐 그

다지 우울하단 말이야? 돈을 잃어버렸다는 건가? 돈이라면 이 누이에게 얼마든지 있단 말이야!”

소세옥은 대뜸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아니오! 그건 돈이 아니구, 어떤 친구 한 사람이 잠시 맡아

두었다가 달라고 한 물건인데, 그속에 뭣이 들어 있는지, 나는 미처 보지도 못한 채 분실했소‥‥

‥ 바로 오늘 아침결에 그것이 온데간데없어졌으니, 어찌 내 마음이 우울하지 않겠소?””자신이

실수를 해서 잃어버렸다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남에게 도둑을 맞았다는 건가?””그것도 잘 모르

겠소! 어쨌든 어떤 사람 하나가 나를 슬쩍 건드리고 지나쳐 갔는데, 바로 그 순간에 물건이 감쪽

같이 없어졌소!””그 사람이란 꼬락서니가 어떻게 생겼다지?””네모 번듯한 얼굴에 여덟 팔자 수

염, 장돌뱅이 같은 옷차림에, 손에는 약 상자를 들고 있었소!””흐음! 그래?”봉랑자 우의미의 얼

굴에는 갑작스레 경악의 빛이 감돌았다.”도대체 무슨 물건이냔 말이야? 그 늙은 괴물이 그대에게

손을 대게까지 된 모양이니 ‥‥‥”소세옥은 여전히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친구의 물건을 맡

았기 때문에, 남의 물건을 주인 승낙도 없이 풀어 볼 수 없어서, 그게 무슨 물건인지 통 알 수 없소!”

이렇게 대답해 놓고, 홀연 놀랍다는 표정을 하고 슬쩍 아가씨의 마음속을 떠보았다.”아가씨가 말

씀하시는 늙은 괴물이란 누구요? 소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