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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져 있지 않았다. 손이 밀치는 대로 쉽사리 열렸다. 정여룡은 생끗 웃으면서 창문으로 몸을 날려

바람처럼 방안에 소리도 없이 내려섰다.어슴푸레한 달빛이 창문으로 흘러 들어와 방안을 훤하게

비춰 주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바깥 방 한편 구석에 놓인 침상에는 망사로 만든 얇은 휘장이 둘

러쳐져 있었다.계집종 비운이 비스듬히 누워서 잠들어 있었다. 얇은 이불로 몸을 살짝 가렸고,

산봉우리같이 우뚝 솟은 유방이 반쯤 드러나 있었다.침상 위에 고단히 잠들어 있는 비운의 모

습만 보아도 정여룡은 두 눈 앞이 황홀했다.이불 자락 밖으로 절반쯤 내놓아져 있는 매끈하고 야

들야들한 두 팔. 눈같이 하야말쑥한 두 넓적다리가 한편은 곧장 뻗어졌고, 한편은 절반쯤 꾸부러

진 채 잠들어 있는 계집종 비운의 탐스러운 육체의 선(線).그나 그뿐이랴.쌕쌕하는 숨소리가 코

끝으로 흘러 나을 때마다, 거기서는 처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하고 향기로운 체취가 몰칵몰

칵 풍겨져 나왔다.정여룡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비운의 풍만한 육체를 한동안 넋잃고 바라다보

며, 당장 통째로 삼키고 싶은 야수와 같은 식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만약에 안

방에서 강주 아가씨가 자고 있지 않고 계집종 혼자서 이렇게 바깥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면, 정

여룡은 절대로 이 자리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망사 휘장 밖에서, 꽤 오랫동안

침상 위에 누워 있는 계집종의 반나(半裸)의 육체를 들여다보던 정여룡은 또 한 번 징글맞은 웃

음을 생끗 웃었다.’히 ! 이 젊은 장주님께서는 네년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만‥‥‥ 오늘 밤에는

먼저 네 주인 아가씨부터 처치해 놓고, 다시 보자!’이런 엉큼스런 생각을 하면서, 정여룡은 안방

을 향하여 잠자리를 잡으려는 어린 아이처럼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

방문을 아주 간단히 슬쩍 밀어서 열었다. 당장에, 한줄기 그윽한 난초꽃의 향기가 정여룡의 코

에 왈칵 끼쳤다. 그 향긋한 꽃 냄새는 더한층 정여룡의 짐승 같은 욕망을 자극했다.달빛은 안

방까지 흘러 들어오지 못했다. 바깥 보다는 훨씬 어둠침침해서,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아가씨의

모습을 명백히 파악하기는 힘들었다.그러나 침상 위에서 풍겨 나오는 난초 향기 같은 콧김이

며, 가냘픈 숨소리며, 거기 강주 아가씨가 고단히 잠들어 누워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정여룡은 털끝만큼도 거리끼지 않고 침상 앞으로 단숨에 불쑥 다가섰다.손을 뻗쳐서 휘장

을 활짝 걷어쳤다. 침상 위에서는 더욱 진한 향내가 풍겨 나서 정여룡의 코를 자극했다.

하나의 여성을 정복하고 싶은 육체적 야망이 분화구처럼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힘들

었다.비록 강주 아가씨가 무술에 전혀 조예가 없다고는 하지만, 만약에 잠을 깨어 말을 순순

히 듣지 않고 앙탈이라도 부리며 소리라도 지른다면, 일이 시끄러워진다는 점을 미리 생각